차기 대한약사회장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올해 말 치러지는 선거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유력한 후보 중 한명이었던 김종환 서울시약사회장이 지난 20일 징계처분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패소, 선거 출마가 무산되면서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김대업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성균관대), 최광훈 경기도약사회장(중앙대), 함삼균 대한약사회 부회장(중앙대) 등 3인의 행보가 추석 명절 이후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후보 등록기간이 여유가 있는 만큼 그동안 지속적으로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 박인춘 대한약사회 부회장, 좌석훈 전 제주도약사회장, 이영민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 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동문회 선거, 이번에는 정말 퇴출?
중앙대 출신 최광훈 경기도약사회장이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동문회 차원의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동문인 함삼균 대한약사회장 부회장 역시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선거철만 되면 비난을 받던 동문회 선거 문화가 이번에는 사라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선거를 돌아보면 같은 대학 출신의 복수 후보가 출마 의사를 표명한 경우 해당 동문회가 자체 경선을 주도해 교통정리에 나서고,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었다.
타 대학 동문회의 공식적인 지지를 얻기 위한 후보 간 물밑 경쟁도 치열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동문회장들이 공식 석상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거나 지지 성명서를 발표, 사실상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지지 후보가 당선된 경우 집행부를 구성할 때 특정 동문회에 자리를 보장하는 짬짜미 인사 병폐가 반복됐다.
대한약사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문재빈)는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듯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과거 동문회 선거 관행을 적폐로 규정하고, 새롭게 개정된 선거관리 규정을 위반할 경우 후보 등록 자체를 금지하는 등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선거와 같이 동문회의 공식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선거관리 규정 개정으로 사실상 어려워 졌지만 당선되기 위해서는 텃밭인 출신 동문회와 각 대학 동문회에 소속된 회원들의 지지가 필수적인 만큼 선거관리 규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각 후보 캠프들이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첫 실시되는 온라인투표 당락 변수되나?
올해 약사회 선거에서 처음으로 도입되는 온라인투표가 각 후보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온라인투표 신청은 11월 16일 후보 등록이 완료된 다음날부터 나흘간 진행되는데 여기서 전체 온라인 투표자 수가 특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편투표와 온라인투표 비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각 후보들의 선거 전략과 최종 투표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약사회보다 먼저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투표를 도입한 의사협회의 경우 올해 선거에서 우편투표를 선택한 회원 외에는 모두 전자투표로 진행했다. 의사협회가 그동안 선거에서 진행한 전자투표 결과를 살펴보면 투표율이 낮을 경우 현직 프리미엄과 지명도가 높은 후보가, 높아질수록 진보층의 젊은 후보가 유리한 경향을 보였다.
이번 약사회의 첫 온라인투표도 의사협회의 전자투표와 비슷한 데이터가 도출될 것인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양상이 나타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네거티브‧조직선거 아닌 정책선거 가능할까?
“네거티브와 조직선거를 지양하고 정책선거에 임하겠다”
지난 약사회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뱉은 말이지만 돌아보면 이 말은 공허한 메아리였다. 직선제 이후 치러진 선거들은 가면 갈수록 네거티브와 조직선거가 더욱 교묘해 지고 확대됐다.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들은 해묵은 현안들을 단순히 나열하는데 그쳤고, 정작 중요한 구체적인 해결책과 방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 실질적인 제재 수단을 갖지 못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통제권을 넘나들며 표를 얻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편법을 저질렀다.
선출된 회장은 축하를 받기는커녕 네거티브로 인한 소송전 등 선거 후유증으로 인해 회무에 집중할 동력을 낭비하고, 약사사회는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회원들의 분열로 임기 내내 회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 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약사회 역사상 초유의 회장 탄핵 시도로 극에 달한 회원간의 불신과 분열을 수습하고, 직면한 현안들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 차기 대한약사회장에 대한 회원들의 기대와 눈높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예전의 선거 방식으로는 더 이상 회원들에게 표를 얻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러한 약사사회의 분위기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각 후보자들이 회원들이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어떤 차별화된 공약을 제시할 것인지, 또 어떻게 자신만이 가지고 강점을 부각시키고 홍보할 것인지도 이번 선거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